#1 그레고리오 성가
중세는 카톨릭 교회의 시대였다. 카톨릭 교회에서 약 천 년도 넘는 세월 동안 공식적으로 사용되던 전례음악은 평성가plainchant, 일명 그레고리오 성가 Gregorian chant였다. 중세 동안 교회의 음악인 동시에 대중의 음악이었던 그레고리오 성가는, 중세인들의 가장 위대한 문화적 성취물의 하나이자 그들의 종교적 신앙심의 기념탑이라 일컬어진다.
그레고리오 성가는 사실상 한 시대나 어느 특정 지역의 산물이 아니라, 수세기에 걸쳐 여러 지역의 음악적 요소들을 흡수하면서 서서히 형성된 결정체이다. 초기 기독교 시대부터 교황들은 지역에 따라 여러 갈래로 발달되었던 전례의식과 음악의 통합을 이루려 많은 노력을 했고, 특히 590년부터 604년까지 재위했던 교황 그레고리우스 1세가 이 작업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
#2 그레고리우스 1세
그는 교회 권위의 중앙집권화를 강력히 추진했고, 이를 위해서는 모든 서방교회들이 로마 교회에서 거행되는 전례방식을 따라야 한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에, 전례의식을 재정비하고 통일하는 운동에 착수했다. 또한 성가의 통일을 위해 비잔틴 성가, 암브로시오 성가, 갈리아 성가, 모자라빅 성가 등 당시의 서방교회들에서 사용되고 있던 갖가지 성가들을 수집하고 집대성하는 작업을 했다.
전례의식과 성가의 통일화 작업은 그레고리우스 교황 재위 시절에 완수된 것은 아니지만, 그가 이룩한 여러가지 뛰어난 업적들 때문에 그에 대한 갖가지 전설들이 나오게 되었다. 특히, 그레고리우스 교황이 비둘기 형상을 한 성령으로부터 선율을 전해듣고 성가들을 직접 작곡했다는 전설은 9세기경부터 당시의 문헌이나 도상학적 자료들을 통해서 널리 유포되었다. 그러나 이 전설은 로마교회가 그때까지도 완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성가의 통일화를 위해서 의도적으로 유포시킨 것으로 로마교회의 성가는 그레고리우스 교황이 하나님의 영감을 받아 직접 작곡한 신성한 창조물이므로 다른 지역의 성가들보다 우월한 정통임을 내세우기 위한 것이다.
#3 그레고리오 성가
그레고리오 성가는 단성음monophony(그리스 어 '모노스'는 하나를 의미하며, '포노스'는 소리를 의미한다)으로, 성직자나 또는 여러 가수들의 합창에 의해서 '제창unison'으로 불려진다. 현존하는 성가들은 네우마neuma라는 초기 기보체계로 기록되어 있으며, 이 네우마 기보들은 음높이만을 지시하고 있기 떄문에, 성가의 리듬적 해석에 대해서는 여러 서로 다른 이론들이 있다.
이처럼 그레고리오 성가는 선율을 받쳐주는 화성과 반주가 없고, 규칙적인 강세가 없는 유동적인 리듬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현대인의 귀에는 색다르게 들리며, 자칫 공허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성가의 선율의 음역은 상당히 좁고, 선율의 움직임은 대부분이 순차진행으로 계속적이기 떄문에 부드럽게 파동치듯이 움직이며, 선율의 도약이 있는 경우에도 그 움직임은 그리 크지 않다. 또한 그레고리오 성가는 현대의 장,단조 체계가 아닌 교회선법church mode 체계를 사용함으로써 우리가 기대했던 음에서 종결되지 않아, 이것 또한 듣는 이에게 독특한 느낌을 준다.
성가의 선율양식은 선율과 가사의 관계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뉘어진다. 가사의 각 음절에 한 음이 노래되면 선율양식은 단음적syllabic이라고 부른다. 만약 한 음절에 둘 또는 세 개의 다른 음들이 붙으면 과음적neumatic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이 가장 일반적인 스타일이다. 여러 음들의 그룹이 한 음절에 붙는 경우에는 다음적melismatic이라고 부르며, 알렐루야처럼 환희나 찬미를 표현하는 가사의 경우나 개별적 단어를 두드러지게 할 때 자주 사용되었다. 성가의 선율양식은 한 양식에서 다른 양식으로 바뀔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 한 성가 내에서 한 가지 양식이 지배적으로 사용된다.
#4 스콜라 칸토룸
스콜라 칸토룸에서 교육을 마친 학생들은 유럽 전역에 성가를 유포하는 일을 맡았는데, 아직 음악적 기보체계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아 모든 선율들을 구전에 의존할 수밖에 없던 그 시절에 이들의 활동은 성가의 연주에 어느 정도 획일성을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레고리오 성가들은 교회음악에서 오랫동안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들은 교회 내에서 전례의식의 한 부분으로서 불려졌을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중세와 르네상스 시기 동안 작곡되었던 많은 종교음악의 주된 원천이며 영감이었다.
3천 개 이상이 넘는 방대한 양이 현존하는 그레고리오 성가는 급격히 변화하는 음악의 역사 속에서도 20세기 전반까지 모든 카톨릭 교회에서 기능적으로 아주 중요한 음악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 이후, 카톨릭 전례의식에서 라틴 어가 자국어로 대치됨에 따라 그 사용이 대폭 감축되었고, 현재는 중세의 전통적인 음악적 예배를 고수하는 소수의 교회에서만 그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5 교회선법
비잔틴의 8선법(Octoechos) 체계를 대략 따른 것으로, 설득력 있고 포괄적인 선율분류 체계로서 개발된 것이다.
교회선법은 모두 여덟 개로 각기 D, E, F, G를 종지음으로 갖는 네 개의 정격(authentic : 도리아, 프리지아, 리디아, 믹솔리디아)과 그와 짝을 이루는 변격(plagal : 히포도리아, 히포프리지아, 히포리디아, 히포믹솔리디아) 선법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정격선법은 종지음으로부터 한 옥타브 위까지의 음역으로 구성되지만, 변격선법의 음역은 종지음의 4도 아래부터 시작되는 옥타브로 이루어진다.
이 여덟 개의 선법에는 종지음 외에 중심음 또는 낭송음(dominant 또는 tenor)이라고 불리는 또 다른 중요한 음이 있다. 정격선법의 중심음은 종지음의 완전 5도 위의 음이고, 변격선법에서는 짝을 이루는 정격선법 중심음의 3도 아래가 된다. 그러나 정격선법에서 5도 위의 음이나, 변격선법에서는 정격선법 중심음의 3도 아래 음이 b가 되는 경우는 b 대신 c가 중심음이 된다.
<서양음악사 100장면(1), 박을미 지음> 에서 발췌